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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는 언어

지은이:강상우,박혜수,이창훈,주상연,태이 공저

발행: 갖고싶은 책, 2012년 9월 24일

디자인: 닻프레스, 180x255mm ,60page

ISBN:9788996923923 03600
절판됐습니다.

 

2012년 몸미술관 전시 <말없는 언어>의 참여 작가들의 작품과 글로 채워진 단행본으로 5명의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바탕으로 태이 작가가 지은 10p 분량의 짧은 단편소설 <떨어져도 괜찮아>와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차

1. Pause (박혜수)

2. Enter (이창훈)

3. Mute (주상연)

4. Return (강상우)

5. 떨어져도 괜찮아 (태이)

 

소설 '떨어져도 괜찮아'는 스페이스 몸 미술관의 제안으로 '말없는 언어' 展에 참여한 다른 작가들과의 파편적인 대화들에서 출발하였다. 박혜수, 주상연, 이창훈 작가와의 소통을 통해 끌어올린 주제와 심상,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생의 경계와 소통의 단절, 언어의 장소성이라는 큰 주제를 염두해두었다. '떨어진다'의 의미를 무늬와 가루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서 다층적으로 전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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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루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죽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심리 상담을 한다. 그는 죽음이 가까이에 온 사람들을 지켜보며 최대한 그 사 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들을 돌봐주고 상담한 다. 무엇보다도 환자를 둘러싼 사람들의 예고된 슬픔을 죽음이 올 때까지 잘 보살피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 구청 뒤에 사는 젊은 여자 환자 얘기를 했다.

멀쩡히 회사 다니고, 파티도 하고, 아침에 운동도 다니고, 친구들과 놀러도 다니던 20대 후반의 젊은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두통이 견딜 수 없었고, 병원에 갔더니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태로 온 몸에 암세포가 전이되었다는 것이다. 여자는 그 날로 회사를 관두고, 자신의 죽음을 마치 해고를 받은 직장인처럼 낙담했지만 또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로 담담히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주변정리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의 가족, 특히 여자의 어머니는 아무래도 자신의 자식이 죽어간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선지, 아예 얘기도 못 꺼내게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자는 어머니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받아들여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놔두었다. 가루는 그래서 그 환자의 집에 찾아가, 다른 가족들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그 여자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다고 했다. 환자 인 딸이 어머니의 그런 부인하는 모습을 존중하고 있는데 제 3자가 나서서 어머니를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정하시오! 당신 눈앞에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시오! 부인하는 순간조차 시간은 흐르고, 죽음을 앞둔 시간 앞에서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말 따위는 무의미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어서 말을 덜 하는 것이 아니고, 말 할 수 없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응. 으응. 무늬는 그가 졸리운 목소리로 재잘재잘 하루의 일과를 털어놓는 것을 들으며 그의 팔을 베고 잠이 들었다.

밤은 무엇인가 죽어가던 것을 회복시킨다. 희미해지던 눈앞을, 저려오는 손발을, 무거워지던 뒷통수를, 늘어지던 마음을, 죽음을 향해 달려가던 어떤 것들을, 밤은 조금씩 생기를 잡아당긴다. 그래서 해가 뜰 때,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주욱 잡아당긴다.

가루는 아침 일찍 자전거에 몸을 싣고 안개 짙은 나무 숲 사이를 달려 일터로 향 했다. 무늬는 천천히 사라지는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잘 갔다올게. 그동안 폭포 속에 잘 살아있어. "

 

-태이 '떨어져도 괜찮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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