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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대화' Vol.2 -Goodbye to Love>는 실연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Vol.1-꿈의 먼지>에서 조사한 설문 <당신이 버린 꿈>에서 수집한 답변 중 '사랑은 포기할 수 있다'는 답변이 유독 많은 것이 의아해서 시작했던 주제였는데, '대화' 프로젝트들이 저마다의 설문을 가지고 있듯 이번 프로젝트는 사람들에게 실연사연과 물품들을 모아왔다. 

다른 프로젝트의 설문조사처럼 나는 이 단계에선 조사자로서 충실한다. 해석하지 않고 가급적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데 집중한다. 워낙 내밀한 이야기이다 보니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형태나 벽에다 붙여놓고 표시해 달라는 방식은 부적절 했다. 또한 그 동안 글을 중심으로한 답변이 많아서, 이번엔 물품을 비롯한 다른 방식의 답변을 모아보자는 의도도 한몫하면서, 2013년 서울대학교 미술관 전시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15년 JVE(DE), 부산현대미술관(2019)에서도 진행했다. 미술관 또는 관계기관에서 진행했기에 관객들인 이 설문을 작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때도 나는 다양한 답변 수집을 위해 참여했고 아카이브로 제시했다. 

 

그리고 2-3년 뒤, 어느정도 내용이 수집되어 해석과 분석의 단계로 넘어갈 때 협업자였던 사진작가가 죽었다. 불치병으로.. 

사실 난 이 물품과 사연들을 사진집 제작으로 계획하고 있던 터였는데 갑작스런 그의 죽음으로 진행하던 작업들은 모두 정지됐고, 나도 한동안 헤맸던 것 같다. 사연들은 하나하나 짠하지 않은 게 없어서 이 내용들을 어떻게 풀어내나 오랜동안 고민하던 터였다. 그러던 중 2020년 금천구 <예술의시간>에서 전시 제안을 주었다.

이 프로젝트가 정지된 동안, 나는 '보통'프로젝트와 '우리'프로젝트와 같은 다소 사회성이 짙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던 터여서 '감정'이란 주제가 문득 그리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수집품들을 10년만에 재해석한 작품으로 내년 하반기 개인전을 이 곳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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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예술의시간> 갤러리 내부 (당시 기숙사 방들사이의 벽들은 사라졌지만, 문들은 그대로 남아있다)

 

아트센터 <예술의시간>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예전 기숙사 건물을 개조한 갤러리이다. 그 시절 흔적이 고스라니 남아있는 이 곳에서 왜 난 '사랑'을 떠올렸을까.

2-3평의 밀집된 방에 5명의 공단 근로자들을 몰아넣고, 산업화의 일꾼이라 이야기하며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국가는 부유해졌지만, 정작 개인들은 자신들만의 삶을 희생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지금 저 닭장같은 고시촌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과 다름이 없다.

몇년전 예술관련 교양수업을 가르쳤던 대학에서, 수업을 종강하고 한 학생에 내게 다가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작가님, 나중에 꼭 고시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러면서 내게 건낸 편지엔 이런 말들이 적혀 있었다.

 

'저는 4년간의 고시원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 입니다.

누군가를 저를 실패자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그곳을 탈출하게 되어 지금은 행복합니다. 

사람의 소리를 모두 감춰야 했던 그 곳의 생활에서 저는 숨소리도 웃음도 잃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게 맞는지 생각이 들면서 제 몸을 머리부터 만져보았습니다.'

 

숨소리가 사라진 몸둥이로 길을 걷고, 밥을 먹고, 잠을 잔다...

그렇게 우리는 젊음의 생명을 착취했다.

처음엔 기대를, 그리고 꿈을, 다음엔 감정을 버리고 숨소리마저 지웠다. 

이렇게 망기져서 원하던 목표를 이룬다 한 들, 그 기쁨은 얼마나 유지될까.

 

이런 복잡한 감정들이 이 공간을 만나면서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7년 전 멈춘 '굿바이 투 러브'를 꺼내게 했다. 

바로 이 곳에서 '사랑따윈 던져버리고, 외로움의 굴을 파서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철저하게 외로움을 택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모토포비아-외로움 공포증>으로

2022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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