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못 본 것도 한이 되는데, 코로나로 사망하셨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도 못하죠.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설치미술가 박혜수는 코로나19로 상처를 입은 사회, 그중에서도 코로나 사망자의 유족이 눈에 밟혔다. 사랑하는 가족이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고, 부고를 알리지도 못하고,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사람들. 감염병 때문에 이별을 슬퍼하고, 그 슬픔을 위로받는 ‘애도의 시간’마저 빼앗긴 사람들.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박혜수 작가가 부산일보, 부산시립미술관과 함께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에 나섰다(부산일보 3월 4일자 1면 보도). ‘늦은 배웅’은 코로나로 사망한 가족, 친구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나 고인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사연을 모아서 함께 애도하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박혜수 작가-부산일보사 협력

코로나 사망자 애도 ‘늦은 배웅’

감염병 탓에 못 전한 사연 모아

시립미술관에 위로 공간 조성

4월 23일까지 온오프라인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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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배웅 '프로젝트'_코로나19 유가족 및 관련자(의료진, 요양보호사, 장례지도사) 그리고 코로나19로 임종, 장례를 하지못한 기저질환자 유가족이 보낸 사연_가변크기_협력:부산일보
 

유족·친구·지인의 마지막 인사 모아 애도 공간으로

<부산일보> 통해 사회가 함께 위로하는 자리 마련

“6일까지 사망자 1623명, 숫자 의미 생각해보길”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망하면 ‘선(先) 화장, 후(後) 장례’를 치르게 된다. 바이러스 전파 방지를 위해 염습도 입관식도 생략된다. 마지막에 입은 옷 그대로, 일반 화장이 끝난 뒤 늦은 시간대에 화장을 마치고 나면 유골함이 유족에게 전달된다. 그때서야 유족은 고인을 대면하게 된다. 박 작가는 “심지어 화장이 다 끝난 다음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사망자 유족은 고인을 외롭게 보냈다는 미안함, 장례 등 사망과 관련된 의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 애도 과정에 있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또 감염병 발생과 치료 과정에 대한 원망이나 억울함, 주변의 배타적 태도와 불편한 시선으로 인해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감염병 사망자 유족의 트라우마가 크다는 보고도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코로나 사망자 유족을 대하는 태도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작가는 코로나 사망자 유족이 소리 없이 흘리는 눈물을 외면한 채 회복이나 일상의 정상화를 이야기하는 상황이 불편했다.
 

_DSC9542.jpg전시장 전경 (부산시립미술관)

3월 6일 0시 기준 코로나 누적 사망자 1632명.

박 작가는 이 숫자가 가진 의미, 그 숫자 뒤에 숨은 사람을 생각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랐다. 그는 코로나 사망자 유족을 “감염병에 가족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가족을 잃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로와 애도가 생략된 채 숨죽이며 오늘을 살고 있는 유족들에게 고인을 애도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고 싶었다.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은 ‘○○○번 확진자의 사망’이 아닌 ‘사랑했던 ○○○와의 이별’로 고인을 기억하기 위한 작업이다. 여기에 더해 박 작가는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이별은 맞은 다른 질환 사망자 유족의 사연도 함께 접수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접수된 유족·친구·지인의 사연은 박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의 일부로 부산시립미술관에서 4월 23일부터 9월 12일까지 개최되는 ‘이토록 아름다운’전에 전시된다. 또 <부산일보>를 통해 소개해 사회가 함께 ‘늦은 배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애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치 잡초의 뿌리를 제대로 뽑아내지 않은 것처럼 사건의 후유증이 오래간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을 소개하며 박 작가는 애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슬픔과 아픔을 감추고 애쓰는 유족들에게 가족에 대한 추억을 함께 기억하는 시간을 주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30614262439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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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배웅] 10화 “신문 나간 부고 보내면 ‘이렇게라도 나눌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하세요”

박혜수 “코로나에 뺏긴 애도 유가족 멍들어”
성유진 “감정 꺼내 놓게 배려하는 분위기 필요”
유가족 확진자 비난 안 돼, 의료진 등도 고통

감염병에 가로막힌 이별의 시간. 외롭게 떠난 고인과 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어떻게 보듬을까? 그들을 위해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박혜수 작가는 코로나19 시대 예술의 역할을 고민했고, 그 결과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이 나왔다. 성유진 작가는 유가족 사연이 담긴 부고의 그림을 그렸다. 두 예술가는 상실의 아픔에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회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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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족 아픔에 반응하는 예술가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쉽게, 너무 빨리 회복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어요. 신문을 봤는데 ‘어머니를 본 게 딱 3초였다’고. 그 뉴스가 인상 깊었어요.” 박혜수 작가는 개념미술과 설치미술 작업을 주로 해왔다. 코로나로 멈췄던 예술계가 올해 다시 전시를 시작하면서 재난, 치유, 위로라는 주제가 떠올랐다. 부산시립미술관 기획전 ‘이토록 아름다운’ 참가 제안을 받은 박 작가는 재난 상황 속에서 사회에 필요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작업이라서 좀 망설였어요. 그런데 아무도 안 하는 거예요. 저는 자꾸 그 사람들이 눈에 밟히는데 말이죠.”
     코로나 때문에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생략된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유가족의 사연을 모아 부고를 내고, 그것을 미술관에 전시해 사회적 애도를 끌어내고 싶었다. “스웨덴 신문에서 부고를 봤는데 작은 그림을 넣고, 고인을 향한 유가족의 애틋한 마음을 짧은 글로 담았더라고요. 그걸 보니 모르는 사람인데도 애도가 됐어요.” 박 작가는 한국의 부고 문화도 바꿔 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신문사 협력이 어려울 거로 생각했어요. 신문에 부고를 내기 위해 큰 페이지를 할애하는 것이 가능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부산일보 측에서 너무 좋게 받아주셨어요.”
    박 작가는 구글폼 온라인 설문과 손편지로 유가족이나 지인의 사연을 모았다. 유가족들이 SNS에 남긴 애도의 글을 찾아서 개별로 메일도 보냈다. 답변이 돌아오는 확률은 20% 정도에 그쳤다. 나머지 80%와 SNS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대로 슬픔을 꾹 참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유가족과 연락해 보면 부고도 못 냈고, 장례도 치르지 못했어요. 혼자 장례를 치른 분들도 있었죠. 그러면서 자신을 ‘불효자’ ‘불효녀’ 하면서 자책하고 계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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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성유진

   박 작가는 특히 코로나 확진 사망자 유가족의 죄책감이 크다고 했다. “죄책감이 저 정도일까 생각할 정도로 마음의 짐이 크시더라고요. 코로나 사망자들은 마지막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확진되고 1주일 만에 돌아가신 분도 있어요.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이별하게 된 거죠.” 주변에 다른 확진자가 나온 경우는 미안함까지 더해져 유가족은 더 위축됐다. “고인이 뭘 제일 좋아하셨냐는 질문에 유가족 한 분이 잠깐 웃으며 이야기하다 ‘내가 웃어도 되나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박 작가는 인간관계에 있어 어떤 사람과의 마지막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유가족이 마지막을 다 아프게 기억하게 생긴 거예요. 그러면 고인을 생각할 때마다 아플 거고, 아프니까 생각을 안 하려고 할 거잖아요.” 사랑했던 가족이 아픔으로만 기억되고, 그 아픔 때문에 함께한 추억마저 외면하게 되는 일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마지막 시간을 잘 정리해야 아프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데, 그걸 못 했으니 그분들 삶에 멍이 들어있겠죠.”


기사전문>>>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8211724223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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