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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이불(이름은 파랑이)는 십대 내내 함께 했고 대학생이 되면서주말 혹은 방학 때만 만나는 친구였다. 엄마가 너무 낡았다고 버리자고 할 때 결사반대했었지. 이불커버를 가는 것에서 타협했었고 (내가 사랑한 파랑이는 이불커버까지 포함해서였는데. 파랑이의 속은 노란빛의 스펀지 같은 인공솜이었다. 파랑이의 속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많이 놀랐었다.) 나는 겉이 바뀐 파랑이까지 안고 덮고 잤었다. 그리고 이십대 중반을 넘기면서 파랑이를 더 이상 찾지 않았고 파랑이는 지금 본가의 이불장 안에 없다. 그는 어느 순간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나는 배수관이 보이는 흰 천정에서 흰 사막을 떠올렸다. 지금 파랑이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감정은 아련하지만 상실감이라고 말하기엔 희미하고, 그럼에도 그를 떠올리면 그에게 의지했었고 십대인 나의 가상의 연인이었고 내 리비도가 발현하는 친구 같은 물건이었기에 그 순간이 지나간 것이 안도감이 들기도 하는 복잡다단한 것이다. 그래서 아름답고 빈약하지만 동시에 풍성하고 잠시 들릴 수 있지만 결국엔 떠나게 되는 사막 같은 자연물을 말하게 된다. 

 

돼지 인형은 너무 귀엽고 이 전시의 작가님과 기획자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부드럽고 포근한 것은 항상 옳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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