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홈페이지를 이사작업을 하고 있다. 2001년 부터 사용하던 이 홈페이지도 거의 16년이 넘어가도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용할 줄은 첨에 만들땐 몰랐다. 16년간 워낙 복잡하게 얽혀놔서 왠만하면 바꾸고 싶지 않았는데, 앞으로 발전할  SNS 기기들에 반응하게 하기위해선 지금 이 홈페이지로는 안된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별반 달라 진게 없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사는 원래 살던 집처럼 정리가 돼 있는 상태가 최소한의 목표다.  그보다 좀 더 깨끗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원하는 구조를 만들고, 사용하던 내용물을 잘 닦아서 자리에 순서대로 넣는 것...

이와 중에 버릴 것, 추릴 것, 미쳐 정리하지 못해 쌓아둔 것까지 자리를 찾아 넣으려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물건 이사들은 짐들을 자리에 이리저리 옮기면 그만이지만, 자료 정리와 편집, 저장은 저장을 해서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까지 여러 번 수정 단계를 거쳐야 해서 집 이사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게다가 각종 설문작업 통계자료, 출판 그리고 이런 글들까지... 

문제는 최근 게시물들만 정리하는 것이니라 게시글 전체를 들여다 봐야 속이 시원해지는 성격인지라, 이미 사흘밤낮을 걸쳐 정리하는대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길래 첨부터 잘 다듬어서 제자릴 찾아 넣을걸'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이사 과정에서의 유일한 장점은 잊고 지내던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일 것이다.
오랜 자료들 틈 속에서 10년전 나를 그려준 한 독일 화가의 그림을 발견했다. 2007년에 이탈리아 시칠리 레지던시 체류때 함께 전시에 참가했던 작가였는데, 몸이 안좋다며 낮 동안엔 호텔 안에만 있다가 밤에만 술을 마시러 바에 나오는 사람이었다. 하긴, 시칠리엔 낮 동안에 밖에서 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네덜란드는 거지도 영어를 잘하던 반면, 이탈리아 거지는 시간대 별로 다른 옷을 걸치고 나오는 멋쟁이다.  게다 밤마다 공원과 유적지에서 펼쳐지던 무료 공연에도 빠짐없이 나타난다. 한국에서 시간에 따라 계획된 삶을 살던 내가 씨리코 때문에 낮동안 아무도 일을하지 않는 정지된 도시에서 덩그라니 버려진 것 같았다. 가끔 그 한가로움과 고요한 풍경 꿈을 꾼다. 작업실 창밖 사람들도 다니지 않는 소리마저 없는 공간에서 난 어김없이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깨어있었던 것 같다. 

그때 바라던 10년 뒤 나는 지금의 이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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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이 많으니 딴청을 피우고 싶어서 별 별 생각이 다 든다.  

 


2017.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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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초콜릿을 가지고 어느 bar에서든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내는 이탈리아의 커피를 들고 자전거로 네덜란드의 아기자기한 거리를 다니며 영국의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이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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