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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에서 느끼는 깊이 

 

 

박혜수의 두 번째 개인전은 나뭇잎, 꽃가루 등 각종 천연 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들 직접 채집한 후 분쇄,분류하여 염색을 하거나 흩뿌려 놓는 등의 방법으로 제작된 일련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가루나 염료로 변한 작품은 더 이상 하나의 사물로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로 변해 있고, 작가는 그 작업을 통해 스스로 그 자루와 함꼐 동일시 되는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전시의 제목이 '표면에서 느끼는 깊이'인 만큼, 더 이상 덩어리로 만져지는 사물이 아닌 하나의 평면이나 혹은 공기 속으로 번져가는 가루로 변하는 것들을 매만지면서 그것이 이전에 가지고 있었을 의미들, 더러는 미처 말하지 못하고 침참해 버린 것들을 쓰다듬는 진혼 의식과도 같은 작업이 이루어진다. 지금은 가라앉아 아무말도 없지만, 이제는 이미 그 스스로를 버리고 다른 것, 예를들면 펼쳐지는 바닥이나 종이위의 화면, 혹은 다른 천 안으로 스며들어가는 형태의 작업을 통해 이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을 풍경, 그래서 더 이상 차이가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월간 미술세계 10월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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