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의 높은 자살률에 관심이 많다. 언론이 보도한 대다수의 통계들은 대부분 자살이 경제적인 이유라고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들을 주목한다. 그런 의미로 한해 평균 200여명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마포대교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장소이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12월 어느 날 '혹시 한 해의 마지막 날, 죽음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란 궁금증이 생겼고. '새해 첫 날, 그날은 또 어떨까.'란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궁금증에 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아지자 무작정 마포대교에 갔다.  그나마 덜 춥다는 날을 골랐건만 다리 위는 무척 추웠다. 마포에서 여의도까지 1시간 가량 천천히 걸으며 대교를 살펴본다. 자살을 방지한다며 설치한 난간하며, 난간 위의 위로의 문구들, 

 

무엇보다 자살을 말려줄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생명의 전화가 눈에 띈다. 하지만 이젠 자살다리로 유명해진 관광 명소를 입증이라도 하듯 기념 낙서하며 그들이 버린 쓰레기들에 눈살이 찌푸러졌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리 위에서 본 풍경은 묘했다.

그렇게 12월 마지막 날 밤샘 영상을 찍으러 마포대교를 갈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이어졌다. 이 전 답사 날 충분히 매력적이었다면 큰 고민이 없었겠으나 그게 좀 애매했다. 확실하지도 그렇다고 아닌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자살다리 위에서 혼자서 찬바람을 맞아야 할 걸 생각하니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다. 장비대여에서부터 날씨까지 계속 핑계를 찾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분명해지는 궁금증이었다. 언제나 이게 문제다. 실패하는 한이 있어도 이 궁금증은 풀고 봐야 하는 이 몹쓸 성격이 문제였다.

 

결국 12월 30일까지 미루다 장비대여가 가능하고 1월1일 해가 뜰 때 와준다는 친구의 답변을 받고서야 결심을 했다. (둘 중에 하나라도 안됐다면 아마 난 안 갔을 것이다.)

내 호기심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나는 춥고 어두우며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다리를 밤새 8번 건넜다.

호기심에 대한 자책과 수 백명의 자살 미수자들의 심정이 겹치는 혼란스런 느낌이 들었다. 새해 일출이라도 봤더라면 좋았을텐데 이 망할 다리 위에선 해가 먼지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12월 31일 다리 위에서 본 수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은 내 평생에 잊지 못할 기억이 될 듯하다.

 

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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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전화 

 

PS: 이 촬영 영상이 과연 작품이 될까 혼자서도 의구심이 많았는데 참 신기하게도 적당한 전시가 생겼다. 조만간 보실 수 있을 듯. 

 

 Work▶ 'US, NOT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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