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나처럼 낮밤을 바꿔서 생활하는 사람이 아침 수업을 간다는 것 만큼 고역이 없다. 특히 아침 10시 전엔  생각도, 사물도, 말도 선명하게 들어오는 게 없다. 

어김없이 아침 지하철에 몸을 실고 잠을 청하던 촛점없는 내 눈에 이 날 따라 뭔가 신선한 풍경이 들어왔다. 
내 앞자리에 앉아 있는 다소 넉넉해(?) 보이는 한무리의 청소년들..
보통 학생들이 현장학습으로 이렇게 집단 승차시에는 냄새나고 부산하고 떠들썩거려서 많이 피해다녔다.
이 학생들 역시 그 또래와 같이 시끄러웠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평소 마주않은 나의 지하철 동지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첨엔 '요즘 이렇게 살찐 아이들이 있었나.' 싶었다. 다이어트와 공부로 지쳐있는 익숙한 청소년들과는 달리 이 아이들은 얼굴과 몸 모두 풍성했다.
하지만 뭐가 그리좋은지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바라 보며 웃는 모습이 바라보는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마치 내가 잠결에 좋은 꿈을 꾸는 듯 했다.
정신을 차려 아이들을 찬찬히 뜯어보니 어느하나 찡그리는 표정없이 서로를 배려하며 걱정 없는 하나같이 좋은 얼굴들이었다. 
 
'무엇이 이 아이들을 이렇게 행복하게 했을까.' 궁금하던 터에  인솔 교사의 말에 따라 아이들이 일어선다.  
이 행복한 아이들은 서로서로 옷을 붙잡고 이동했는데 그때서야 난  아이들이 정신지체 아이들임을 알 수 있었다.  
행복한 아이들이 떠난 자리,  인생의 모든 걱정을 홀로 짊어진 듯한 하나같이 무표정한 나의 동지들이 득달같이 달라든다.
그리고 잠시 선명했던 내 시야도 아이들과 함께 사라졌다.  이날 아침 난 정말로 행복한 아이들을 보았다.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위안이 있다, 타인의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타인들에게만 구원이 있다.
 
고독이 아편처럼 달콤하다 해도,
 
타인들은 지옥이 아니다,
 
꿈으로 깨끗이 씻긴 아침
 
그들의 이마를 바라보면.
 
나는 왜 어떤 단어를 쓸지 고민하는 것일까,
 
너라고 할지, 그라고 할지,
 
모든 그는 어떤 너의 배신자일 뿐인데, 그러나 그 대신
 
서늘한 대화가 충실히 기다리고 있는 건
 
타인의 시에서뿐이다.

 

 

 
 
-아담 자가예프스키『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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