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2755.jpg

Joy in 40 Years_signature stamp on the old fake Korea painting_18.5x28.5_2011

An Oriental painting that has been a family treasure for 40 years turns out fake.

This is a conceptual work changing a fake to an authentic by changing its title and adding an artist’s signature.

40년의 기쁨_동양화 위에 낙관_18.5x28.5cm_2011

 

속물 俗物

우리 집에는 외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오래된 그림이 있다. 외할아버지는 사업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혹시나 나중에 어려워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바람에 이 그림은 우리 집의 보물이었다. 사실 작가 이름도 알지 못해서 그냥 ‘칠칠이’가 그린 그림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 칠칠이란 화가가 조선후기 '최 북(崔北)' . 아무튼 이 그림은 오랫동안 우리 집안에서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았다. 이란 작가라고 알게 된 것은 얼마 전 일이다

 

하지만 작년인가, 어머니께서 ‘그림이의 가치나 알아보자.’는 말씀에 우연히 감정을 받았고, 그림이 가짜란 판정을 받았다. 나는 ‘설마, 뭔가 잘못 알았겠지.’란 생각에 가족들에게 말도 못하고 몇 군데 더 추가 감정을 요청했고, 돌아오는 답변은 역시나 한결 같았다. 이 작은 그림이 수 십년의 세월 동안 우리 가족을 상대로 사기 쳤다는 배신감에 분통이 터졌다. 

이 사실이 가족에게 알려지면서 이 그림은 빈 종이보다 못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가 누리던 모든 혜택은 제거되었으며 하루아침에 왕자에서 거지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을 속였던 대가로 뻔뻔한  속물(俗物)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림은 변한 것이 없지 않은가.

오히려 오랜 시간 동안 가족들에게 위안과 기쁨을 줬다. 비록 지금 이것이 가짜라고 판명됐다고 해서 함께 지내온 시간까지 거짓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40년 동안의 기쁨’의 가치가 알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한마디로 이렇게 버려져선 안 되야 한다고 믿는다.

이 그림을 이렇게 버리는 것은 그 기쁨의 40년을 하찮게 여기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난 그의 지위를 회복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전에 꼭 해야만 할 일은 그의 이름을 바꾸는 일이었다. 계속해서 '최 북'의 산수화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 이 그림은 그야 말고 뻔뻔한 속물(俗物)이겠지만, 작가인 내가 나의 작품으로 ‘40년간의 기쁨’이란 이름이 달아주면 더 이상 속물로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비로서 진짜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찾게 된다.

 

-박혜수 에세이'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 中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