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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pth of Time
 
가장 단순한 것, 가장 소박한 것이 주는 거대한 힘의 무게에 감동을 받아본적이 있는지.'시간','자연','변화'에 대해 작가 스스로 체헌하고 채집한 결과물로 채워진 박혜수의 전시장은 지극히 미니멀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시간이나 자연, 변화라는 주제를 다뤄온 작가들은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박혜수의 작업이 아직 연륜이 얼마되지 않은 젊은 작가의 첫 전시작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선을 잠아끄는데에는 다수의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차별성은 작업 개념의 명료성이다. 주관이 배제된, 철저히 현상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주제를 개념화시킨 그의 작업은 계절의 변화, 다시말해 시간의 축적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결과물을 담고 있다. 박혜수에게 있어 시간을 채집한다는 것은 1년여 기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의 자연물을 채집하는 과정에 그 키워드가 있다. 채집한 나뭇잎과 꽃잎을 말리고 빻거나 우려내 색채를 추출하는 과정, 나뭇잎과 꽃잎가루를 하루에 1mm씩 쌓아 굳혀 지층처럼 만드는 과정, 또한 이름 모를 나무를 말려 조가조각내고 그 조각들을 우려낸 꽃잎의 색을 물들이거나 혹은 조각을 태우기도하고 몇 달 동안 땅에 묻어두는 과정등 자연의 질서이자 법칙인 시간을 자연에 개념화시키는 과정, 이 과정의 선상에서 그 만큼의 시간을 공유한 작가 스스로리 체험이 고스란히 작품에 응축되어 있다.
 
 돋보기로 빛을 모아 나무를 태움으로써 나이테를 그려나가는 작업은 작가가 태양과 함께 움직이며 시간을 체험하는 작업으로서 태워진 나이테의 길이는 태양의 길이와 다름이 아니다. 이는 작품의 컨셉과 그 표현 방식의 유기성을 실험해본 작업으로 가능성을 둘 수 있겠다.
 
 박혜수의 작업에서 보여지듯이 자연은 계절에 따라 여러 가지 색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봄에는 푸른색, 가을에는 붉은색으로 색깔의 볌화면에서 보자면 순환의 싸이클을 그리고 있지만 시간의 개념을 결부시키면 그것은 순환이 아닌 직선의 변화다. 한번 지나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가능성이 예비되는 신진작가 박혜수에게 있어서도 작업의 변화가 기대된다. 한 존재의 다른 모습. 박혜수의 새로운 작업을 예비한다.
 
-2000.6 미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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