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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을 통한 시간의 깊이와 변화에 대한 표현 
 
 
 
인간이 포함된 자연은 그 자체가 하나님의 작품이며 위대하고 거스릴 수 없는 순리 앞에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세상을 단순하게 만드셨지만 인간은 그것을 복잡하게 해 버렸다. 자연은 점점 자신의 위치를 '과학'이란 테크놀로지에게 내어줬으며 따라서 인간의 모습도 변해갔다.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선 자신 안에 '자연'을 회복해야 하며 그것을 통해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 존재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산만하고 왜곡되며 재해석이 판치는 문화에 길들여진 우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아주 희미하게 일어나는 자연의 변화를 느끼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연의 변화는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계속되고 있다.
 
예술가란 자기 주위에 있는 사물들이 속삭이기 시작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속삭임이 말이 되게끔 끌어가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예술적 대상이란 너무나 특수해서 그것이 하나의 사물이란 것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잊어버릴 정도가 된다. 
작품은 사람들이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을 사진이나 Video와 같은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물을 그대로 제시하여 그들의 변화를 통해 시간은 흐르고 있으며 자신들도 그 안에서 함께 변해
가고 있음을 깨닫고자 하였다. 
 
실제로 자연물을 채집하기 위해 자연 속에 있을 때면 평소에 익숙하던 자연 모두가 새롭게 보인다. 그들이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순간은 한시도 없으며, 금방 보았던 나뭇잎을 다시 찾기란 하늘에 봐두었던 별을 다음날 찾는 것처럼 어렵다. 그들 속에서 처음과 끝을 규정할 수는 없으며 , 반복하는 듯 하지만 결코 같지는 않다. 쉽게 지나쳐 버릴 그 순간들을 보여주기 위해 채집이란 기록적 방법을 사용했는데, 자연의 근원에서 벗어나 gallery란 공간이 그들의 살아 숨쉬는 움직임을 보여 줄 수는 없지만 순간 순간 변화하는 자연물들을 보여줌으로써 관람자에게 연구자가 체험한 자연을 생각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과정이 작품을 구성하는 부분이 되었고, gallery란 특수한 공간을 떠나서라도 익숙한 자연의 모습을 다른 형태로 보여줌으로써 익숙한 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고 자신이 잊고 지내던 자연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자연에 대해 표면으로서가 아닌 시간과 관련하여 '깊이'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변화와 그 방향에 대한 해석을 관람객 스스로 깨닫게 하고자 했다. 
 
그리고 작품은 자연의 부분적인 정지된 기록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지속적인 시간에 의해 살아 숨쉬는 생명을 얻게 된다. 관람객은 자신이 움직임에 따라 시간의 깊이와 변화를 체험을 하게 될 것이며 가끔은 평소에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듯이 자신의 움직임은 잊은 채 자연만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의 자라고 머무르고 파괴되는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삶과 만나게 된다. 태양 빛을 따라 태우고, 계절마다 피는 꽃과 나뭇잎을 찾아 헤매며 그것을 염색하고 말리며 가루로 빻는 행위를 통해 정지한 듯 보이던 자연 속에서 다양함과 움직임을 느꼈고, 그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연구자에게 자신이 그들과 함께 변화하고 있음을 알게 해 주었다. 탄생하고 성장하며 때론 정지한 듯하다가 소멸되어 가는 그들의 변화는 곧 우리 자신의 변화이며 그것이 가장 인간다우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1999. 석사 논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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