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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장공장안에 있는 전시공간인 샘표 스페이스에서 ‘시간의 숲’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혜수 작가(오른쪽)가 관람객들의 이름을 모아 시계형식으로 표현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조선일보 배한진기자
 
이천시 호법면 간장공장 갤러리 ‘스페이스’ 
 “여성과 나의 존재를 찾을 수 있는 곳” 
여성 주제 호소력 있는 예술행사 잇달아 열어 ‘시간의 숲’ 전시중…
5월엔 여성영화제 계획 간장공장 견학도 가능…한낮 나들이 제격 
간장은 가족들의 식탁을 책임지던 여성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친구’다.
나물을 무치고, 국을 끓이고, 고기를 양념하고, 우리네 밥상에 한번이라도 간장이 빠졌던 날이 있던가.
그렇지만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사람들은 간장의 소중함을 잊고 살기 마련이다. 일생을 간장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네 여성들과 비슷한 처지다. 가족을 지탱하는 여성들도 그냥 어머니로, 아내로 묻혀 지내기 마련이니까.
이 같은 간장과 여성의 유사한 운명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선 여성들이 즐겨 찾는 곳이 있다. 
21일 찾아간 이천시 호법면 ‘샘표’ 공장 내 갤러리 ‘스페이스’. 30대 초반의 여성작가 박혜수씨의 개인전 ‘시간의 숲’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관람객들의 이름이 적힌 동그란 종이들이 벽에 다닥다닥 붙여져 커다란 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시계처럼 째깍째깍 돌아간다. 시간,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도 시간은 쉼 없이 가고 있다는 의미란다.
천정에서부터 길게 늘어진 실타래들이 숲처럼 촘촘히 설치된 작품, 천정에서 내려온 종이 줄이 천천히 유리항아리의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작품, 관램객들이 직접 수동타자기로 처넣은 소감문들이 길게 길게 연결된 작품, 모두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작가는 “시간을 잊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시간의 의미와 존재를 환기시키려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올해로 설립 두 돌을 맞은 샘표 스페이스는 간장공장이라는 특수성을 살린 여성프로젝트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지난해에는 자신의 이름과 존재를 잊고 지내는 공장의 여성근로자들에게 멋진 명함을 만들어주고, 이를 작품으로 전시하는 기획전을 열었다. ‘시간의 숲’ 전시는 5월 2일까지 열리고, 5월 19일부터는 서울여성영화제 참가 작품들을 가지고 내려올 예정이다.요즘은 이천시내 아이들을 초청해 미술교육을 시키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곳은 아줌마들의 한낮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간장공장도 구경하고 전시공간의 여성관련 작품들도 감상하고, 점심 식사도 하고, 간장 세트선물까지 받아갈 수 있다. 모든 비용은 무료고 40명 단위로 신청을 하면 버스까지 보내준다.

 

추은정 샘표 홍보과장은 “간장공장 견학과 함께 여성관련 미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견학이 매일 이어진다”며 “살림하고, 아이 키우느라 시간을 잊고 지내는 주부들이 작품을 보며 자신이 보낸 시간들을 차분히 정리하다 간다”고 소개했다.
 
 영동고속도로 덕평 IC에서 나와 좌회전 한 뒤 5분 정도 가다보면 좌측으로 공장이 보인다. ☎(031)644-4615
 
 
 
 
 
배한진기자 bh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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