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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수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그는 이탈리아의 스튜디오 디아트(Studio DiART)의 레지던시를 거쳐 현재 난지 창작 스튜디오 3기 작가로 활동 중이다. 동문 출신 작가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 그룹 飛(비)에서 작가로서의 활동 기반을 닦기 시작한 박혜수는 같이 활동하는 동료 설치 작가들을 인터뷰하고 제작 과정을 촬영하며 영상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이 방식은 근 십 년이 지나 혼자 작업을 하는 지금에도 계속되고 있다. 박혜수는 단선적으로 가시화되는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눈에 보이는 세상 그 너머의 것을 알고자 한다. 타인의 ‘기억’과 ‘시간’을 수집해 자신의 전시 ‘공간’에 빼곡히 채워 넣음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담은 공간을 창출해내곤 한다. 

 
본다는 것과 보이는 것, 보게 하는 것은 권력 관계를 내포하고 있는 행위이다. 모더니티의 미술가들이 세상을 자신의 눈과 손을 통해 단 한 점의 작품에 담을 수 있는 신의 작은 종, 즉 ‘천재’들이었다고 한다면, 포스트모던 시대의 미술은 이를 거부했다. 주체의 절대적 ‘시각’을 거부하는 흐름은 여러 가지 양상으로 드러났고, 때론, ‘과연 이것이 미술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시각이 매개되지 않은 시각 예술이 등장했다.
박혜수가 아트플랫폼 야외 공간에 설치하는 <아버지의 시간 - 딸들이 아버지께...> 역시 설문을 통해 이루어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둥근 금속으로 된 의자 형태의 음향 설치 작업으로, 작가는 2009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국내와 세계 각지의 여성 작가들에게 아버지께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을 조사하여 그 음악을 모아 플랫폼을 방문하는 관객들과 공유한다. 관객들은 길목에 놓인 의자에 앉아 세상의 모든 딸들과 모든 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자신이 쌓아온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계기를 가질 수 있다.
 
-서정민 (2009 인천여성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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