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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 미술문화비평/ 갤러리 원 (청담동)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있다. 소중한 것은 마음 속에서 무거워지고 있으므로 보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보존하기 위해 사람들은 열심히 적고, 어딘가에 새겨 넣고, 무거운 추를 달아 묶어둔다. 그렇지만 세월이 지나, 아니 마음이 낡아 더 이상 중요함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박혜수의 작업은 그 시간에 따른 변화를 구현한다. 
 
기억 속 소중한 자취, 어느 날 가슴 벅차게 써내렸던 일기 등은 당시에는 매우 소중하고 귀하다. 추억으로 아름답게 남을 수도 있겠지만 거의 다 그 소중함조차 사라지고 옅어진다. 박혜수는 그 옅어짐의 과정을 떨어지는 물방울로, 모터 달린 지우개로, 기계식 세단기로 드러낸다. 
 
아스라함, 안타까움. 사라지는 자죽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그토록 애닲다. 그러나 사라진 후의 모습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렇게 우리들의 삶도 닳아가며 살아내야하는 까닭이다. 
 
박혜수는 이번 전시에 [잠긴 방]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내가 읽기에 그녀의 잠긴 방에는 여유가 많다. 그러니 새로운 기억과 새로운 마음이 얼마든지 더 들어가고도 남을 듯하다. 안타깝고 그리운 것들도 언젠가는 완전히 사라져 자유를 구가하게 된다면 오히려 더 기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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