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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재밌는 책 한권 추천한다. 사실 내 교수님이 재밌게 읽으셨다고 말씀하셔서 찾아보게 된 책인데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이다. 솔직히 기독교인으로서 베르베르의 글을 읽을 땐 많이 불편했고 의문이 많아서  <나무> 이후엔 찾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이 별로인 작가들의 산문이 좋은 경우가 많아서 소설만 생각하고 놓치기엔 아까운 작품임엔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하루끼 역시 소설보단 산문을 더 좋아한다.)

 

<상상력 사전>은 베르베르가 14살부터 자신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건과 생각들을 기록한 노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상상력을 촉발하는 이야기, 발상과 관점을 뒤집어 놓은 사건들, 보편성에 다름을 지적하는 해석들로 가득차 있다.

얼핏보면 말장난처럼 보이는 알송달송한 이야기가 가득한데, 무엇을 해도 뻔한 생각밖에 안난다면 생각 연습에 좋은 연습장이 될것 같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재밌는 글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화두

다음은 화두의 몇가지 예이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못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북극의 북쪽에는 무엇이 있는가?>

<검은 빛은 사물을 밝힐 수 있는가?>

<사람은 거울을 보고 거울은 사람을 본다.>

<네게 없는 것을 네가 갖고 있는 것 가운데서 찾으라.>

<정적의 소리를 들어라>

 

브라이언 이노*의 창작법

1. 인습을 타파할  것

2. 우연과 실수를 활용할 것

3. 다이어그램으로 사고할 것

4. 복잡성과 테크놀로지에 현혹되지 말 것. 테크놀로지는 그저 사용하라고 있는 것일 뿐이다. 기술적인 성취를 추구하면 안 된다. 중요한 건 감성이다.

5. 대중 속에 머무를 것. 대중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거나 대중의 이해를 받지 못한다면, 우리 잘못이다. 대중의 반응은 가장 자극적인 압력이다. 사막에서 설교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6. 예술이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믿을 것. 예술은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 그리고 우리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수단의 하나다.

7.공격보다는 매력을 통해서 사람을 설득할 것. 예술의 기능 가운데 하나는 바람직한 세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행복과 아름다움의 표상을 대하면서, 사람들은 현실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그 전망으로 부터 우리를 갈라놓는 장애물들을 어떻게 하면 제거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8. 자기만의 방식을 이해하고 자기와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트를 만들것.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자기 혼자서는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것.

9.자기 문화를 전파하면서 외래 문화들과 혼합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것

* 1970년대에 비트가 전혀없는 <앰비언트ambient>라는 장르를 실험한 대중 음악 작곡가.

 

대중음악 작곡가였기에 순수 예술을 하는 나로서는 모두 수긍할 수 있진 않지만, 적어도 공격보다 매력으로 어필하라는 말엔 공감이 간다. 갈수록 예술을 포함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좀더 강하고,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것으로 자신들을 드러내고자 하지만 그럴 수록 오히려 매력은 반감되어간다.

'졸작들의 과잉은 독창적인 작품의 출현을 방해하고, 이 범람하는 작품들 중에서 좋은 것을 걸러 내야 할 비평가들조차 더 이상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읽은 시간이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제 TV와 라디오, 신문 등 매체가 늘어나면서 늘어날 수록 창작의 다양성을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에 맞고 있다.'

-검열 中
 

문제는 정작 우리들이 귀기울여야  할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겉만 화려한 껍데기들에 치여서 점차 자리를 잃고 배제되어 간다는 점이다.  언젠간 바보들만 남아서 서로를 칭송해가며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까지 자랑스러워 할게 될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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