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미완성한 작품 하나를 개인전에 발표하고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선 나는 시작도 하지 않은 작업이다.  그래서인지 할 말 많은 이번 전시에서 유독 이 작업이 좀 겉돈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 것도 그럴만 하다. 개인전 Now Here Is Nowhere 는 지쳐있는 사람들의 심리적 원인과 풍경을 여러 현상들로 풀고 있는 전시이다. 물론 그 토대가 된 내용이 2년전의 <보통의 정의>에서 비롯됐으나 그에 대한 내용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보통을 추종하는 원인을 따라 들어갈 수록 또 다른 문제를 만나고 오히려 작은 상처에서 시작했지만 더이상 치료가 힘든 곪아 터친 종기 투성이를 만난 것 처럼 모든 원인들은
매우 강하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탈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지 특히 요즘 왜 그토록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매우 회의적이며,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잃어버렸다. 
이런 의도로 전시 제목도 저렇게 붙여졌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의 빈정거림은 극에 달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작업은 <LIFE PIECE> 란 관객 참여 작업으로 관객들에게 당신들의 삶을 지탱하는 모토motto(신조)가 있는지 묻는 작품으로, 이후 이 메세지는 헬륨풍선에 달아 날려버리게 된다. 
여기까지가 준비단계.... 
내가 하려는 작업은 이 메세지를 발견한  어느 도시에 사는 이름모를 누군가에에 회신이 와야만 시작할 수 있다. 만약 어떠한 회신도 오지 않는 다면 이 작업은 기다리다 끝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론 이 회신이 금방 오리라 생각지 않는다. 빠르면 1년 정도, 솔직히 회신이 안올 것 같은 예감이 더 강하다. 
어찌보면 이 작업은 '희망'에 대한 내 생각과 닮아 있다. 혹시라도 내일은 다를 것이란 희망... 하지만 그 희망이 이뤄질 거라곤 나 조차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질없이 품게되는 어리석은 바람... 1000가지 희망 중 단 하나라도 이뤄지지 않을까 하고.. 
풍선을 띄워본 관객들은 공감할거라 믿는다. '과연 내 메세지가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회신이 돌아올 것인가...' 
병속에 편지를 담아 바다건너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돌아오길 기다리는 셈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꾸 소원을 적는다. (내 13살짜리 조카녀석도 '전교5등'이란 소원을 적었다.)ps:  한국에선 관객들이 자신의 메세지를 직접 날려보내기 때문에 나는 회신이 오기까지 어떤 메세지를 적었는지 알 수 가 없다.
결국 사람들은 언젠가 이뤄질지 모르는 소원에 오늘을 포기하고 지금도 지친 몸을 이끌고 일하러 간다. 
갑자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이 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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