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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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면증을 앓기 시작한 건 아마도 39살 때였던 것 같다. 마흔을 앞에 두고 이루어 놓은 것은 하나도 없고 마흔이면 없어질 거라 믿었던 걱정거리는 없어지는게 아니라 새로운 고민들 밑에 깔려 누적되는 것이란 짐작은 현실이 되었다. ‘열심히만 하면 이루어진다’는 꿈을 포기하고 스스로의 힘보다는 주변의 힘에 의해 삶이 흘러가는 가운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기력 해서 답답했고, 불안했다.

 

밤새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머리 속을 맴돌고 귀에선 심장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처음엔 시계 소리라고 착각했다가 물소리 같기도 했고 때론 작은 돌이 구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생각과 소리가 내가 정적과 어둠의 세계로 스며드는 것을 막고 있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정적과 소음 사이, 밝음과 어둠 사이에서 밤새 헤매다 아침이 밝아왔다.

 

불면증이 한번 시작되면 나는 꽤 오랜 동안 낮도 밤도 아닌 붕 떠있는 상태로 지낸다. 낮 동안 죽어있던 나의 모든 감각은 침대에선 말초신경들까지 모두 생생해져 공기 소리까지 들린다.

어둠에 잠겨보려 애써 감은 눈꺼풀엔 빛의 먼지가 나풀거리고 고장 난 어깨의 통증은 심해진다.

치료를 위한 모든 방법을 다해봐도 밤의 감각들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모든 고통을 다 겪은 뒤 몸과 정신이 모두 지쳐 영혼을 놔 버리고 싶은 때가 되면, 겨우 짧은 잠에 든다.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은 채로..

 

2018. 8 

작품 H.E.L.P 작가 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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