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우연히 발견한 열쇠가 없는 자물통...

열쇠 집에서 열려고 하니 구입한 가격의 몇 배의 가격을 달란다. 그보다 억지로 연 금고는 다신 잠길 수 없다는 말에 금고의 비밀스러운 느낌이 사라지는 게 싫었다.

문득 911 테러로 사망한 아버지의 옷장에서 발견한 열쇠에 맞는 자물통을 찾아 뉴욕 도시를 헤매는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가 생각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있는 모든 열쇠로 시도해 봤으나 이 자물통엔 나의 이야기는 포함돼있지 않은 모양이다.

열쇠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잘 도망치던 물건 중 하나였다. 지금은 많은 열쇠들이 번호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잠그는 열쇠는 숫자가 되어도 기억에서 자주 사라진다.

 

인식하지도 못하는 순간에 사라지는 것들.. 꿈도 젊음도 희망도 첫사랑도 그랬다.
사라진 게 무엇인지 알고 있을 때까지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 무뎌지다 기어코 사라진 게 무엇인지, 떠올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 순간이 오면 결국 껍데기만 남게 된다.

삶에서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에서 인생은 더 많이 변한다고 한 카뮈(Albert Camus)의 말처럼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었을까.

잃어버린 것들을 모두 모아 놓고 보노라면 그 답을 알 수 있지 않을 런지.

금고의 열쇠를 발견하기 전까지 억지로 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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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뮤지엄 산 <일상의 예술: 오브제> 展에 발표한 'What's Missing-기억' 작품의 작가 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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