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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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by 고등어)

 

1년간여간의 네덜란드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참 이상한 것이 한국을 떠나있으면 한국이 오고싶고, 한국에 오면 다시 외국에 나가고 싶어진다.

작가에게 완벽한 네덜란드 레지던시였지만 참여작가들의 연령이 많이 어렸다. 내가 20~30대에 이미 겪었던 고민들이 이들의 현재의 고민이었고, 나는 그들의 혼돈에 거리를 두고 싶었다. 

작가들보다 레지던시 스텝들과 더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스튜디오와 스텝은 내 평생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대부분 스텝들도 작가 출신들이다.)

 

처음에 한국을 떠날 땐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내려놓기 위함이었지만, post academy 였던 얀반아이크는 대학원을 두번 다녀온 것 같다. 

(이제 post academy는.. 음.. 한번쯤 더 생각해봐야 겠다.)

 

정작 돌아오니 맘편히 쉴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대인관계는 비록 넓진 않지만 오래된 편이다. 다녀오자 마자 오래된 지인들과 지난 일들을 나누면서 느낀 점은 이 친구들은 참 한결 같다는 점이다.

1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떨어져 있다고 해도 마치 어제 만나 헤어진 친구들 같다. 

나이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주저하게 되는 점도 있지만 오래된 관계라도 만나면 신세 한탄과 타인의 뒷담화가 주된 관심사인 사람들은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나는 그들을 만난 후 답답한 마음에 많이 괴롭다. 

 

스치고 지나가는 작은 사건과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사람이 행운이란 말처럼, 대화 거리를 고민하게 하는 사람보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들을 서로 받아칠 수 있는 관계만큼 즐거움도 없는 것 같다. 

 

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한다. 어차피 삶의 고민은 털어놓는다고 해결되지도 않고 몸만 망가지고 어줍잖은 충고로 상대방만 우울하게 할 뿐이다. 

그런 점에선 내 엉뚱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진지하고 즐겁게 받아주는 친구들이 고맙다. 이들과의 시간의 끝은 언제나 아쉬움으로 끝난다. 

 

 '나를 만난 사람에게 나는 무엇을 남기는가.'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설교말씀이다.  

나를 만나 돌아가는 이들에게 나는 무엇을 남겼을까. 

 

*drawing: 요즘 자주 만나는 친구가 그날의 모임을 담날 드로잉으로 보내왔다. 지만 예쁘게 그렸어.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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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pefruit'(by Ono Yo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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